
우울증은 전염된다’는 말, 과학적으로 사실일까?
우울증은 전염성이 있는 질환이 아니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단순히 기분이 ‘옮는다’는 심리적 현상이 아니라, 신체 내부의 세균 환경, 즉 구강 미생물을 통해 우울증이 실제로 전염될 수 있다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2023년 덴마크 연구진은 우울증이 가족 내에서 유전적으로 더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부모 또는 형제자매 중 주요 우울장애 환자가 있다면, 해당 가족 구성원의 우울증 발병 확률이 일반인의 2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가족력’이라는 말로 설명 가능하다.
문제는, 유전자가 전혀 다른 부부 사이에서도 우울증이 전염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이 새로운 과학적 사실은 단지 공감이나 스트레스 공유 수준을 넘어, 세균이라는 생물학적 매개체를 통한 전염성 정신질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신혼부부 대상 연구에서 드러난 우울증 전염 현상
이란 테헤란의 두 사립 수면 클리닉에서 2024년 2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 대규모 추적 연구는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총 1740쌍의 신혼부부를 모집한 뒤, 이 중 한쪽 배우자가 우울증, 불안, 수면 장애를 앓고 있으며 다른 한쪽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268쌍을 추려냈다.
이후 평균 6개월 간의 결혼 생활을 추적한 결과, 처음에는 정신적으로 건강했던 배우자의 우울, 불안, 수면 점수가 점점 악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 점수는 우울증을 겪는 배우자 수준에는 미치지 않았지만, 그 방향으로 뚜렷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구강 세균이 우울증을 매개한다: 새로운 전염 경로
이 연구의 핵심은 바로 구강 내 미생물의 전파였다. 인간의 구강에는 수천 종의 세균이 살고 있으며, 이들은 입맞춤, 대화, 식사, 비말 접촉 등 일상적인 부부 간의 접촉을 통해 쉽게 서로에게 옮겨진다.
연구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건강한 배우자의 구강 미생물 군집이 우울증 환자의 미생물과 유사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Clostridia, Veillonella, Bacillus, Lachnospiraceae와 같은 특정 세균 군이 두 사람 모두에게 증가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들 세균은 이전 연구에서도 우울증, 불안, 수면 장애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연구진은 이 세균들이 ‘구강-장-뇌 축’을 통해 뇌 기능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거나, 혈액-뇌 장벽을 손상시켜 우울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남성보다 여성이 더 취약하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 참가자들의 구강 내 미생물 변화 속도와 정신 건강 점수의 변화 폭이 더 컸다.
또한, 타액에서 측정한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 수치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다. 우울증을 앓는 배우자와 함께 지낸 건강한 이들의 코르티솔 수치는 6개월 사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이는 스트레스 반응 체계가 지속적으로 자극되고 있다는 생물학적 증거로 해석된다.
우리는 왜 이 사실에 주목해야 하는가?
이 연구는 단순히 우울증의 ‘심리적 영향력’을 넘어서, 정신 질환도 전염될 수 있는 물리적 경로가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기존에는 감정 이입이나 공감, 스트레스 공유 등을 통해 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여겼지만, 이 연구는 구강 내 세균이 정신 건강을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했다.
더 나아가, 이는 우울증뿐 아니라 자폐증, 알츠하이머, 파킨슨병과 같은 뇌질환의 발병 원인 탐구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실제로 다양한 정신적·신경학적 질환이 체내 미생물 불균형과 관련 있다는 연구가 최근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심리적 고립보다 중요한 ‘공생의 건강관리’
이제는 정신 건강을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다.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의 정서적·생물학적 연결이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우울증이 의심되거나 진단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 주변인도 함께 생활 습관과 면역력, 장 건강, 수면 패턴 등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트너의 정신 건강이 곧 나의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생의 건강관리’가 필요한 시대다.
마무리: 사랑과 전염, 정신 건강의 교차점
우리는 흔히 사랑하는 사람의 기쁨이나 슬픔에 공감하며 함께 울고 웃는다. 그러나 이제는 감정의 공유를 넘어, 신체 내부의 생물학적 변화까지 동기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우울증 전염이라는 주제는 단순히 자극적인 이야깃거리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관계를 맺는 방식, 건강을 돌보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단절이 아닌 연결의 시대에, 우리는 ‘함께 건강해지는 법’을 배워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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